최근 2년 동안 대회장에서 마주치는 아이들의 움직임을 보았다. 대부분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한 듯한 모습이었다. 체계적인 교육이란 일관성 있는 교육을 말한다. 교육의 수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장남감처럼 몸을 쓰는 아이들을 보면서 체계화 된 교육을 받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줄곧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때가 잘 맞아떨어져서 실행에 옮겼다. 단기간의 캠프로 결정한 것은 체계적인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시켜주고 연습의 방향을 스스로 가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처음에는 숙박 형태의 캠프를 준비했지만 적자가 예상되어 적자가 적은 쪽으로 최대한의 준비를 하였다. 대상은 브레이킹에 진입하는 초보자 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삼았다. 대상이 한정된 캠프라 이름 짓기부터 고민이 많았다. 캠프의 이름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과거 티아이피 시절 매니저를 해주었던 로닌형의 도움 덕분에 제때 결정할 수 있었다. ‘BG to OG’ 에서 ‘BG’는 Baby Gangster라는 의미로 실제 갱스터 또는 힙합 문화 속 집단의 막내나 신입에게 붙이는 말이다. ’OG’는 Old gangster 또는 ‘Original Gangster’로 터줏대감들에거 붙는 호칭이다. ’BG to OG’는 ‘BG’가 ‘OG’로 향한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지도법에서도 학습자가 교수자에 의해 고수가 되는 방법보다는 학습자가 고수가 되기 위해서 어떻게 연습해야 할지에 대한 방법을 고안했다. 그리고나서 중요하다 생각할만한 요소들을 정리했다. 첫번째는 신체능력을 높여줄 파워무브 캠프, 두번째는 현재 성비 불균형 상태인 점을 고려하여 비걸에게 동기부여를 주기 위한 비걸 전용 캠프를 준비하였으며 세번째는 브레이킹은 음악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대해서 멘토링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였다.
파워무브 캠프는 브레이킹 스팟의 이론체계를 많이 반영한 프로그램이었다. 도제식 교육이 아닌 미디어와 멘토링이 융합된 교수법을 적용하였는데 동기를 만드는데 매우 효과적이었다. 목표를 발견한 아이들은 자신의 한계를 넘어 몇 시간을 움직여 냈다. 스스로도 그만한 시간을 노력할 수 있다는 것에 많은 깨달음을 얻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학생들이 견딘 프로그램은 성인도 힘들다. 그런 힘든 시간을 견뎠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또 앞으로 벌어질 자신과의 싸움에서 반복해서 이겨내기를 바란다. 이번 캠프의 퀄리티는 물론 효과 또한 매우 높았기 때문에 교육기관을 설립한 후 캠프가 아니라 정규과정으로 업그레이드 할 생각이다. 브레이킹은 앞으로 계속 발전해야하는 분야이다. 브레이킹 스팟은 지도에 대해서 언제나 앞서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 ‘BG’ 중 한 명이 프로페셔널한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진로를 정했을 때, 어디로 가야할지 무엇을 해야할지에 대해서 답을 줄 것이다.
비걸 캠프는 수련 프로그램이라기 보다는 청소년 교류 프로그램에 가깝도록 설계 했다. 우리나라 브레이킹은 비걸에게 가혹한 상황이다. 그래서 서로 위로가 될 수 있고 격려가 될 수 있도록 안정감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했다. 책을 가장 많이 참고했고 시뮬레이션을 가장 많이 했던 프로그램이었다. 비걸 캠프를 하고 스스로도 많은 다짐을 하였다. 딸이나 조카뻘 되는 아이들이 몇 명 되지도 않는 인원이 모였을 뿐인데 이렇게 즐거워 하는 것을 보니, 진작에 이렇게 하지 못했을까…많이 한탄스러웠다. 브레이킹에 흥미를 잃어가던 아이 마저 눈에 빛이 나는 걸 보니…조금만 더 일찍 공부했더라면…조금만 더 돈을 모아서 아이들이 많이 모일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더라면…하는 후회가 많았고 이 하나하나를 새로이 다짐하면서 지도를 하였다. 캠프를 참여한 비걸들은 지금 곁에 없더라도 언제든지 이 추억을 꺼내어 마음의 양식으로 삼을 수 있음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주변에 서로를 원하고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이 많다는 것도 알았으면 좋겠다. 이틀 간의 지도한 시간이 17시간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부족했다. 이렇듯 프로그램이 너무 잘 끝나서 아쉬운 경우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래서 비걸 캠프는 1년에 한 번씩은 적자를 감안하더라도 추진해볼 생각이다. 언젠가 우리나라도 비걸이 비보이 보다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뮤직 캠프는 여러가지로 다른 캠프에 비해 진행이 미흡했다. 특히 결정을 잘해내지 못했다. 우선 시청각자료를 쓸까 말까 고민하다. 앞서 두 번의 캠프에서 시청각 자료를 썼으니 없을 때는 어떤지 비교를 해보고 싶었다. 구전으로 교육하는 방식은 예술 교육의 전통적인 방식이기에 나름의 감성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내용을 되새기면서 연습도 했으나 참가자들과 눈이 맞으면 할 말을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내 자신이 이제는 복합적인 교육이나 도제식 교육외에는 역량이 안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캠프의 중요한 포인트였던 디제이 렉스 형님의 만남은 내 판단이 좋지 못했던 경우가 많았다. 아무래도 진행자 기질이 있는 누군가가 진행을 맡았어야 했었나하는 생각이 든다. 질문을 준비할까 하다가 참가자의 호기심을 가로막는 꼴이 될까봐 준비를 하지 않았었다. 왜냐하면 이분은 찌르면 다나오는 분이기 때문이다. 가끔씩 이런 분들 앉혀놓고 포럼이든 뭐든 하다 보면 인생 명언들이 쏟아질 때가 있다. 나는 그런 전달 방식도 낭만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런 장면을 기대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디제이에게 궁금한 것이 적은 듯했다. 살짝 겉도는 이야기들이 오고 가다 교육시간이 끝이 났다. 교육 종료 후 다들 렉스 형님이 플레이 하는 음악에 몸을 맡기며 자율 연습을 한창하였다. 한 두명씩 집으로 돌아갈 때, 원하던 현상이 일어났다. 남아있던 인원이 조금씩 질문을 더 하더니 대화의 물꼬가 트였고 중요한 정보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연습에 큰 동기부여가 생긴 아이도 있었다. 예상했던 장면이 나오긴 했는데 집으로 돌아간 인원이 많아서 너무나 아쉽고 잘 지도하지 못했다는 자책이 컸다. 이점은 평가서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또, 내가 교육한 내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평가도 있어서 학습 효과마저 높지 않았음을 암시했다. 요리사에게 정말 좋은 재료가 주어졌음에도 요리를 잘하지 못한 그런 느낌이었다.
부족한 환경과 인구 속에서 이 문화를 좋아하고 배움을 갈구하는 모습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왜 이 문화를 지키려하고 있고 발전에 힘쓰려고 하는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아직 이 문화도 나도 더 성장해야 하지만 기대를 양식 삼아 나아갈 수 있을 듯하다. 빠른 시일 내로 의자 털고 일어나서 저변을 넓혀 보겠다. 그래서 언젠가 완벽에 가까운 숙박 캠프를 한 번 마련하고 싶다. 그때는 분명 내 최대의 지식과 경험을 총 동원할 것이라 다짐한다. 중년의 내가 이 작은 캠프를 계기로 보다 나아가려 하듯이 ‘BG’들도 캠프 중 집중하고 열심히 했던 자신을 되새기며 강자들을 향해 스스로 나아가길 바란다. 그리고 응원한다.
2022년 10월 31일 올해의 봉사활동을 종료하며 (0) | 2022.12.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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